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보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나의 도전기?
이 쪽 업을 공부하면서 느낀 나의 감정의 한 페이지.
그저 사소한 하나, 하나, 하나 였다.
작은 응원들이 모여 큰 도전을 시작했고, 작은 말 한마디가 모여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고, 사소한 책 페이지 하나하나가 나의 스킬을 하나하나 쌓아갈 수 있게 디딤돌이 되어주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수료를 하게 된 지금. 열심히 달려만 오다가 느려진 주변 템포에 자칫 나도 타의로, 자의로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 요즘, 문득 잊고 있었던 초기의 의문점들이 다시끔 생각났다.
이래서 내가 잠깐이라도 여유 갖기 싫었던 건데 말이지. 처음에는 다들 알고 있는 것이 없으니까, 이게 옳고 틀린지 모르니까 무작정 따라만 왔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배우게 되고 그러한 배운 지식들을 바탕으로 주변 정보들을 수집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삶의 노하우들로 나름 자신들만의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하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게 이런 걸까. 나름의 팔랑귀를 가지기도 했고 주변 분위기에 좀 휩쓸리기도 했던 나인지라 이런 분위기를 쉽사리 좋아하지 않는데, 주변에 이 쪽업의 전문가들이 많아서 그런걸까. 아니면 큰 기대보다는 내 자신의 부족함이 많이 보여서 그런걸까. 이번에는 휩쓸리기 보다는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하는 사람들을 다소 피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0과 1이 아닌 호와 불호의 차이인 것 같아서.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소위 '잘하는 아이'의 포지션을 갖게 되어서 이런 말을 하게 된다면 정말 재수 없는 아이로 찍힐 수 있기 때문에(이미 어느정도 찍힌 것 같지만) 말을 꺼내고 있지 않지만, 표현을 자주 해왔던 습관이 있는 나로써는 오롯이 다 숨기기란 어렵다. 그러다보니 결국 '잘하는 아이'의 타이틀도 있지만 '불만이 뭐 그렇게 많아?' 라는 이미지도 조금 가지고 있다. 이미 속에서는 그렇게 100% 생각하지만. 다들 불만 갖기엔........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그 시간에 공부들이나 하지? 공부도 안하면서 가르침에 불만을 갖고, 이거는 나한테 중요한거 아닌거 판가름하는거 좀 웃기지 않나.
그래서 초기의 의문점이 다시 생각났다고? 뭐였는데?
잠깐 이야기가 새긴 했지만. 초반에 시작할 때 가지고 있었던 의문점이라면, 첫 번째, 과연 개발 직군이 잘 맞나. 두 번째, 빅데이터는 나한테 잘 맞을 것인가. 세 번째, 새로 시작할 수 있겠어? 였다.
새로 시작할 수 있겠어?
일단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질문이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제쳐두고, 세 번째 질문 '새로 시작할 수 있겠어?'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답은 바로 '그렇다' 이다. 물론 아직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았고, 아직 이쪽 계열의 취업 전선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말이다. 뭐, 생각해보면 마케팅도 얼레벌레 어떻게 진행했던 것처럼 이쪽 일도 어찌어찌 버티다보면 얼레벌레 취직이 되어 있지 않을까. 뭐 물론 내일 수업 듣거나 또 프로젝트 진행하다보면 '이런 내가 진짜 취업할 수 있을까,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실력의 나를 채용 해준다고...? 엉엉' 하고 있겠지만.
뭐가 됐든, 어찌됐든 시작했다는게 어디인가. 시작했고 아직까지 도망치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도망칠 생각이 없다. 그런거보면 충분히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고작 몇 개월 해보고 어떻게 '할 수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되묻고 싶다. 그럼 언제쯤 되어야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건데? 라고.
사실 마케팅의 생활이 그리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뚝심있게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마케팅을 진행했었고, 소위말하는 '에이스'의 역할을 맡아가며 2년에 걸쳐 1천만원은 거뜬히 넘게 연봉을 상승했던거는 물론, 좀 과장해서 주변에서 러브콜이 왔을 정도로 소질이 있었다고 할까나. 그래서 오히려 누군가는 물었다. 대체 왜 마케팅을 그만 두냐고, 그리고 지금 같이 공부하고 있는 이 중 하나는 물었다. "일 잘하시는 편이었을 것 같은데, 왜 이쪽으로 오셨어요?"
그러한 질문들과 시선이 따라오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겠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뭔가 물 흐르듯이 왔는데, 일을 하다보니 추상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가지고 마케팅을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뭔가 명확하게 데이터를 가지고 마케팅을 할 방법이 없을까? 를 찾다가 SQL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SQL은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되지만 마케터들도 라이트하게라도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QL을 배워볼까 했지만 용기가 없던 찰나, 나의 초등학교때 그저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때 친구였지만 서로 해외생활로 인해 헤어졌지만(tmi)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 나의 소중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과학쪽으로 전공을 하고 있었지만 폴리텍을 나와 클라우드쪽으로 업을 바꾸었다. 그 친구네에서 1박2일간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을 때 한마디를 툭 건넸다. "너도 폴리텍 다녀보는건 어때? 마케팅보다 더 나은 길이 생길지도 몰라" 라는 말과 동시에 내 머리속에 그저 박혀만 있던 SQL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친구와 함께 폴리텍에 괜찮은 과들이 있는지 함께 찾아봤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고맙다.
그러한 정보를 가진채로 좀 충동적이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정도 고민해봤다. 왜냐하면 마케팅이랑 어느정도 교집합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예 없을수도 있는 직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밖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남편 대나무숲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 앞에서는 모든 생각을 다 털어놓는 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다른 것보다도 더 급했던 이유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뤄야하는 직무인데, 개발자로써 10년 넘게 발담그고 있는 현직자의 의견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반대할거라고 생각했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 좋다며 응원해주겠다며 두 팔벌려 대환영을 하더라. 나이, 그리고 기혼 이라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밀리는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실력으로 판가름 하는 곳이니 한 번 도전해보라는 말에 질질끌고 있던 전회사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혼여성은 일을 그만두면 '주부'로 살림을 시작하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곤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고 '공부'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보니 두려웠고, 남편에게 아주아주 조금 미안함이 있었다(본인이 응원했으니 아주 조금조금이다).
이러한 나의 작은 용기와 주변 사람들의 응원으로 시작되었고, 반 년이 넘게 지금 공부하고 있는 지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작? 별 거 아니더라.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데이터베이스 교수님이 60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다고 했다. 그 말씀을 나에게 해주시면서 또 한 번의 용기를 주신 덕에 아직까지도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큰 도전도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면서, 나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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